법인의 가지급금 정리시 주의하세요.

안녕하세요. ‘세금을 바꾸는 시간’ 유현남 세무사입니다.
처리하기 힘든 대표이사의 가지급금을 정리하기 위해 한동안 실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방식에 대해 과세관청이 정면으로 제동을 건 심판결정(조심 2025인3943, 2026.08.04.)이 나왔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해당 결정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방식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가지급금 정리를 위해 실무에서 활용되던 두 가지 방법입니다
(1) 배우자 증여 후 주식소각 방식입니다
법인의 대주주가 배우자에게 비상장주식을 증여(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 원 활용)한 뒤
해당 법인이 그 주식을 다시 매입해 소각하고, 그 소각대금으로 대표이사의 가지급금을 갚는 방식입니다.
(2) 특허권 등 무형자산을 활용한 방식입니다
특허권 등의 무형자산을 감정평가를 통해 값어치를 만들고
대표이사 소유의 특허권 등을 법인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만든 후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2. 배우자 증여 후 주식소각 방식이 활용된 배경입니다
대주주 본인이 법인에 직접 주식을 양도하고 법인이 이를 소각하게 되면
그 소각대금과 취득가액의 차액은 소득세법에 따라 대주주에게 의제배당으로 과세됩니다.
의제배당은 배당소득이므로 종합소득세 신고 시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최고 세율 구간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때 실무에서 활용된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무사뿐만 아니라 많은 컨설팅업체들이 이 플랜으로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① 대주주가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합니다(10년간 6억 원까지 증여세 비과세 활용).
② 법인은 그 주식을 배우자로부터 매입한 후 소각합니다.
③ 소각대금이 배우자 계좌로 입금됩니다.
④ 배우자가 그 자금을 다시 대주주에게 증여하거나, 대주주의 가지급금 상환 등에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법인의 대표는 의제배당을 회피함과 동시에
배우자의 주식 취득가액이 높아지므로
주식 양도 시 양도소득세가 줄어들게 됩니다.
법인에 쌓여있는 자금을 낮은 세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3. 국세청은 실질과세 원칙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주식증여와 자기주식 소각 행위는 상법과 세법상 각각 적법한 절차입니다.
문제는 이 일련의 거래가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에 따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
①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합니다(2010.01.01. 개정).
②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합니다(2020.06.09. 개정).
③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합니다(2010.01.01. 개정).
4. 조심 2025인3943 사건의 사실관계입니다.
(1) 법인 대표이사가 본인 지분 100%인 주식 중 일부를 배우자에게 증여했습니다.
(2) 배우자는 증여세를 정상적으로 신고·납부했습니다.
(3) 이후 법인이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해당 주식을 배우자로부터 매입해 소각했습니다.
(4) 소각대금은 원천징수세액을 제외하고 배우자 계좌로 입금되었습니다.
(5) 배우자는 상당 시간이 지난 뒤 소각대금 중 일부를 다시 대표이사에게 현금으로 증여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이 전체 과정을 국세기본법 제14조에 따라
‘대표이사가 법인에 직접 주식을 양도하고 소각한 것’과 동일하게 보아
대표이사에게 의제배당으로 원천징수분 배당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5. 조세심판원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국승)
(1) 결론입니다
조세심판원은 “조세회피목적 외에 위의 거래 행위를 선택할 만한
다른 어떠한 경제적 실질이나 사업목적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며
배당소득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결정했습니다.
(2) 심판원이 주목한 정황들입니다
이 사건에서 실질과세 원칙 적용의 근거가 된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배우자가 증여받은 주식에 대해 청구법인의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입니다.
② 대표이사가 이러한 거래 방법을 사전에 세무사로부터 자문받아 실행했다고 스스로 진술한 점입니다.
③ 배우자가 소각대금을 본인 명의 계좌에 보관만 했을 뿐, 본인의 책임 하에 자금을 운용·사용한 흔적이 없는 점입니다.
④ 대표이사는 고율의 종합소득세 구간에 있었던 반면, 배우자는 다른 소득이 없어 세부담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였던 점입니다.
즉 ‘누가 실제로 그 돈을 지배·사용했는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3) 소각대금 일부만 재증여한 경우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청구법인은 배우자가 소각대금 전액이 아니라 일부만 대표이사에게 재증여했으므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심판원은 나머지 금액이 실제로 배우자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구체적 증빙이 없다는 이유로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소각대금의 일부가 배우자 명의로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실질귀속을 인정받기 부족하다는 취지입니다.
6. 대법원 판결과는 결이 다른 판단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법인 측이 인용한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두42659 판결은
주식 소각대금이 실제로 수증자(배우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인정되면
증여자에게 배당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이 사건이 행정소송을 거쳐 대법원까지 갈지는 미지수이지만
현재까지 대법원의 판결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다만 이번 심판 사안에서는 배우자가 자금을 실질적으로
지배·사용한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같은 법리를 적용받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는가’가 아니라
‘배우자가 실질적으로 자금을 지배·사용했는가’입니다.
앞으로 해당 사건의 진행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7. 특허권을 이용한 자금인출 방식도 함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별도로 대표이사가 개인 명의로 등록한 특허를 법인이 매입한 거래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과세관청은 해당 특허가 대표이사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나온 직무발명으로서
여러 사실관계를 고려할 때 해당 특허권은 실질적으로 법인 소유라고 보아
특허 취득가액을 대표자 상여로 소득처분했고, 심판원 역시 이를 인정했습니다.
대표이사 개인 명의 특허라 하더라도 회사의 인력·설비·경비가 발명 과정에 사용되었다면
실질적으로 법인 소유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유의하셔야 합니다.
특히 법인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받았을 경우에는 더욱 꼼꼼히 따져볼 문제입니다.
8. 정리하며
이번 결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실무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배우자 증여재산공제(6억 원)와 주식소각을 결합해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방식은 배우자가 실질적으로 자금을 지배·사용하지 않으면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전체 거래가 부인되고 대표이사에게 의제배당으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2) 세무사·법무사의 자문을 받아 형식적 절차를 완벽하게 갖췄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조세회피 의도의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3) 소각대금 중 일부만 재증여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금액의 실질귀속을 별도로 입증하지 못하면 전액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지급금 문제는 실무에서 흔히 겪는 고민이지만
세부담만을 목적으로 한 형식적인 거래 설계는
실질과세 원칙 앞에서 부인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지급금 정리를 계획하고 계시다면 실행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거래 구조 전체를 점검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며, 내용에 오류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세법 개정 및 예규 등의 변경이 수시로 있으므로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세무 판단은
반드시 관련 자료 원문 확인 및 전문가 상담을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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